아주 약간.
'오션스11' 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탈리안 잡' 이라는 영화도 있고, 한국에는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영화도 있다. 공통점이 느껴지는지? 모두 '도둑질'에 관한 영화다. 이런 영화도 장르로 분류되는데, '도둑질'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실행과정까지를 촘촘하고 치밀하게 엮어놓은 영화의 장르를 caper film 이라고 한다고 정해놓았단다. 아무튼 본인은 이런류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최동훈감독의 이번 영화를 손꼽아 기다렸다. 더군다나 그는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무지막지한 영화로 데뷔한 경력까지 있지않은가? (본인은 개인적으로 '범죄의 재구성'을 내 인생의 영화 중 한편으로 손꼽을만큼 재미있게 보았다.) 도둑질 영화에는 일가견이 있을테니 당연히 재미있을 꺼라고 지레 짐작을 해 버리고 말았다.
당시에 정말 경악하며 보았던 '범죄의 재구성'
CJ의 영화마케팅이 엉망인거는 뭐 유명했지만, 이번 '도둑들'을 홍보하면서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비교하며 뭐 흥행성적으로 눌렀네, 이겼네 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참.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마케팅 기법이 물론 있겠지만, 각종 포털 기자들한테 그런식으로 기사를 뿌려대게 하는 방식은 좀, 유치하다 못해 구차할 지경이다. 기사 제목을 보면 이런식이다
<'배트맨 꺾은 '도둑들'>
<‘도둑들’에 눌린 ‘다크 나이트 라이즈’, 전국 천만 꿈 물 건너가나?>
물론~ 내가 배트맨 팬보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지 않나? 암튼 저런 기사때문에 정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자체는 저런 마케팅과 전혀 상관이 없을테니, 큰 기대는 여전했다. 저런 마케팅이 감독의 잘못은 아니지않은가?
일단 이 영화, 캐스팅이 끝내준다. 김윤석을 필두로 이정재에 김혜수. 거기다가 전지현까지. 한국배우만 있느냐고? 전설적인 홍콩배우 임달화도 캐스팅되었으니, 이정도면 도둑계의 '어벤져스'를 찍어도 될 판이다. 아무래도 '오션스11'의 끝내주는 캐스팅을 아주 조금은 염두해 둔 듯 한데. 딱 거기까지다. '우와 캐스팅이 화려하네?'까지.
화려한 캐스팅의 원조 '오션스 일레븐'
이런류의 영화는 도둑질이 계획한대로 딱딱 들어맞으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어떤 쾌감(?)이 느껴지는, 그런 면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도둑질의 계획과 딱딱 들어맞는 와꾸에 치중하진 않고, 각자의 과거와 사랑얘기, 농담따먹기 등등 드라마 자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힘을 잃게 만들었다. 뭔가 클라이막스로 갈 수록 흥미진진하고 기대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아 쟤는 저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고 '수긍'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했다.ㅋㅋㅋ 긴장감 없는 진행의 일례로, 김윤석의 특수분장은 일부러 그런건지, 아니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정도 수준인건지 모르겠지만 영화 초반부터 너무너무 티가 나서, 관객입장에서 모른척 하고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ㅠㅠ '아니 저 사람이 김윤석이었어?!!?!?! 맙소사!!!' --> 요런 반응을 기대했다면 대실패.- _-;;; 마지막 홍콩에서의 에피소드는 그냥 없어도 될껄 사족을 붙인 느낌이고, 홍콩마피아 보스(?)는 졸개들도 없이 혼자 총을 들고 부산시내를 활보하질않나 ㅠㅠ 아무튼 뭔가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야되나, '우와'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 꽝은 아닌게, 건물 외벽에서 펼쳐지는 액션 이런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김윤석은 지금까지 보여준 그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김혜수는 타짜의 정마담이 이름만 바꾼 듯 판박이 캐릭터. 나머지 배우들도 평균수준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단연 돋보인 두명이 있는데, 바로 이정재와 전지현이다.
'뽀빠이' 역의 이정재
이정재는 모래시계의 과묵한 보디가드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결국 '뽀빠이'라는 양아치 도둑역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뭐 변신이랄 것도 없지만, 사실 원래의 이미지를 버리고 그렇게 망가지기가 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정재의 노력은 정말 박수쳐줄만 하다. 내가 보기엔 연기잘하는 배우도 좋지만, 이것저것 안가리고 '변신'하는 배우가 최고 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정재보다 더더더더 변신한 배우가 있어서 이정재는 변신2위, 1위는 바로바로 전지현이다.
그녀의 대표작이 뭐였더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엽기적인 그녀'인가? 그 이후로 이렇다할 흥행이라던지 이목을 끌었던 작품을 전혀 하지 못했던 그녀인데, 그렇게 영화가 망해가는데도 끝까지 고수했던 '생머리찰랑찰랑'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이 영화에서는 까칠한 도둑 '예니콜'역을 아주 재미있게 소화했다. 본인 스스로도 재미있게 연기한 듯, 지루한 장면이 이어지다가도, 전지현의 장면에서는 활기가 느껴졌다. 예니콜이 도둑질하는 '외전'격의 영화가 한편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ㅋㅋㅋ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전지현일 듯 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부활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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